"인공지능(AI) 시대, 주도권 잡아라"...투자열기 '후끈'
"인공지능(AI) 시대, 주도권 잡아라"...투자열기 '후끈'
  • 설정규 기자
  • 승인 2019.10.01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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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는 인공지능(AI)이 인간을 대신하는 시대가 올까? '터미네이터'나 '매트릭스' 등 과거 SF영화에서 상상한 AI는 인간들을 억압하고 이용하는 존재로 그려졌다. 하지만 인간들은 여전히 AI 개발에 막대한 자원을 투자하고 있다.

최근 스마트폰에 도입된 인공지능 비서 '시리'나 '빅스비'는 물론 AI스피커는 혼자 있기 싫은 사람들의 친구가 되고 있다. 물론 아직 갈 길은 멀다. 하지만 전세계에 수많은 AI 관련 스타트업이 생겨나고 이 중 일부는 조 단위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 전세계 AI 스타트업, 최근 1조원 이상 가치 인정 사례 '급증'

작은 스타트업에서 시작해 10억 달러(대략 1조 2000억원) 이상 기업으로 성장한 기업들은 작년 이후 무려 4개나 된다. 2013년부터 살펴보면 총 7개다.

미국의 시장조사업체 CB인사이츠에 따르면, 2013년 이후 10억 달러가 넘는 기업 가치를 평가받아 인수됐거나 기업공개(IPO)에 성공한 AI 스타트업은 총 7곳이다. 특히 2018년 이후엔 무려 4개 기업이 10억 달러 이상의 가치를 인정 받았다.

구글의 AI '알파고'가 이세돌 9단과의 바둑대결에서 승리한 이후 AI 기술과 기업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다. 

10억 달러는 스타트업에선 꿈의 숫자다. 10억 달러 이상의 비상장 스타트업을 ‘유니콘’이라고 부르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만큼 10억 달러 가치에 도달하기가 어렵고, 그런 기업을 찾기도 쉽지 않다는 의미다. 

지난 2013년까지만 해도 10억 달러 규모의 가치를 인정받은 AI 스타트업은 크리테오(Criteo)란 AI 기술 기반 리타겟팅 광고(사이트에 방문한 경험이 있는 사용자를 대상으로 광고를 송출하는 방식) 업체 하나였다. 크리테오는 2013년 10월 말 나스닥에 성공적으로 상장하며 AI 스타트업 성공 시대를 열었다. 상장 당시 기업 가치는 무려 17억 달러다. 

이어 2014년엔 이스라엘 AI 기반 자율주행 기술 스타트업 모빌아이(Mobileye)가 53억 달러(약 6조 4000억원) 가치로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했다. 모빌아이는 2017년 3월 세계 최대 반도체 회사인 인텔이 153억달러(약 18조 5000억원)에 인수해 업계의 화제가 됐다.

2016년엔 미국 자동차 업체 GM이 자율주행 기술 스타트업 크루즈(Cruise)를 10억 달러에 인수했다. AI를 활용해 본격적으로 자율주행 자동차 만들기에 뛰어든 것이다.

◆ 제약, IT 등 기존 대기업서 AI 스타트업 인수 늘어

2018년엔 AI 기업 관련 대규모 인수·합병(M&A)이 2건이나 있었다. 스위스 제약업체 로슈가 종양 데이터 분석 스타트업 플랫아이언 헬스(Flatiron Health)를 19억 달러(약 2조 3000억원)에 인수했다. 플랫아이언 헬스의 당시 기업 가치는 21억 달러를 평가받았다. 이어 스마트폰 제조업체 블랙베리는 AI 기반 사이버 보안 스타트업 사일런스(Cylance)를 14억 달러(약 1조 7000억원)에 사들였다.

2019년 들어서도 1조원 이상 규모의 엑시트에 성공한 AI 스타트업이 있다. 주인공은 바로 슈퍼컴퓨터 전문 기업 크레이(Cray)다. 크레이는 휴렛팩커드엔터프라이즈(HPE)가 지난 5월 13억 달러(약 1조 5700억원)에 인수했다.

CB인사이츠는 2013년 이후 AI 기술이 고도화되며 관련 스타트업들이 시장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2014년 구글이 AI 스타트업 딥마인드를 인수하며 머신러닝(기계학습)에 이어 딥러닝(심층학습)까지 크게 주목받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특히 AI 기술의 유용성이 계속 입증되면서 AI 스타트업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MIT는 2013년 10대 혁신 기술 중 하나로 딥러닝을 꼽았고,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2014년 세계 IT 시장 10대 주요 예측에 딥러닝을 포함한 바 있다.

◆ 미국은 물론 한국도 AI 투자 '급증'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세계 곳곳에서 AI 기술에 대한 투자가 확산되고 있다. 미국에선 과거 ‘닷컴’ 버블을 방불케 하는 투자가 진행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최근 투자 규모가 5배 이상 증가하는 등 시장이 확장되는 모습이다.

지난 상반기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이 발간한 ‘인공지능이 만드는 미래와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벤처캐피탈 모태출자펀드는 지난 2017년 1조 7000억원에서 2018년에 2조 4000억원으로 7000억원 가량 규모가 커졌다. 이 중 AI 분야에 대한 투자는 216억원에서 1223억원으로 약 5.6배 가량 급증했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CB인사이츠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벤처캐피탈 규모는 지난 2000년 ‘닷컴’ 광풍이 불던 1196억 달러에 육박하는 995억 달러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 중 10%인 93억 달러가 AI 분야의 스타트업으로 흘러들어갔다. 지난 2013년부터 AI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연 평균 36%씩 증가했지만, 2017년부터 2018년 구간에서는 무려 72% 가량 급증했다. 

AI에 대한 관심은 투자뿐만 아니라 인수합병(M&A) 분야에서도 활발하다. AI 스타트업에 대한 M&A 건수는 2017년에 115건을 기록하며 전년(80건)보다 큰 폭으로 늘어났다. 특히 이 분야에서 가장 활발한 M&A에 나서고 있는 구글은 지난 2010년대에 들어 스타트업만 14개를 인수하며 왕성한 투자를 벌이고 있다. 

◆ AI 분야 오픈소스 많아, 대기업-스타트업 분업도 '긍정적'

AI 분야에 대한 투자가 늘어난다는 것은 그만큼 AI 기술에 있어 경쟁력과 미래 성장성을 지닌 스타트업의 수가 많아지고 있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다. 특히 AI의 경우 프레임웍의 상당 부분이 무료로 공개돼 있어 특허나 기술력 확보에 어려움이 있는 다른 원천기술과 달리 스타트업의 진입 장벽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NIPA는 이번 보고서에서 "유수의 대학과 구글 등 글로벌 ICT기업은 AI 기술 관련 소스코드 및 API, 테스트환경 등 개발 플랫폼을 무료로 공개·오픈소스화해 누구나 사용가능하도록 만들었다"며 "이미 보편화되어 있는 AI 알고리즘을 모듈화하고 오픈소스로 공개해 AI 서비스 개발의 진입장벽이 낮아져 작은 스타업도 손쉽게 참여 가능하게 됐다"고 분석했다. 

또한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분업’ 구조가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으며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상생 및 협력이 용이한 메커니즘을 갖추며 생태계가 안정화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구글은 인공지능 연구조직 내에서 머신러닝과 신경망연구를 위해 개발된 소프트웨어 라이브러리인 텐서플로(Tensorflow)를 지난 2015년 오픈소스로 공개했으며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등도 개발자킷이나 AI 모듈을 오픈소스로 풀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구글, 페이스북 등 글로벌 ICT기업은 자사가 개발한 AI 개발 프리임웍을 누구나 쉽게 구현할 수 있도록 모듈화, 라이브러리화해 서드파티의 참여를 촉진하고 있다"며 "대기업들이 제공하는 인프라를 활용해 스타트업들은 응용 서비스나 앱 등을 내놓으면서 일부는 다시 대기업에 M&A 되거나 대형 투자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 손정의의 소프트뱅크, 국내 연기금 등 AI 투자 확대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도 AI 관련 스타트업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특히 한국을 중심으로 아시아 지역 내 스타트업 발굴에 무게를 두고 있다. 여기에 국민연금을 비롯한 국내외 투자자도 함께 참여하는 모습이다.

소프트뱅크벤처스는 지난 7월말께 약 3200억원 규모의 ‘그로스엑셀러레이션펀드’ 1차 마감을 완료했다. 이번 펀드에는 소프트뱅크그룹, 국민연금공단, 국내외 투자기관 및 기업 등이 참여했다. 이 펀드는 연내 2차 마감을 통해 최대 4000억원 규모로 추가 자금 모집을 완료될 예정이다.

소프트뱅크벤처스는 이번 펀드가 한국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 지역의 AI 기술을 활용한 스타트업 및 시장 혁신에 집중하는 초기 기업에 주로 투자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소프트뱅크벤처스의 이준표 대표는 “AI 분야를 중심으로 미래를 바꿔가고자 하는 초기 기업들에 기대가 크다”며 “이러한 기술 기업들을 적극 발굴하고, 소프트뱅크그룹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소프트뱅크벤처스는 소프트뱅크그룹의 100% 자회사로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그룹 내 초기 벤처투자를 담당하고 있다. 이번 펀드로 소프트뱅크벤처스의 총 운용자산은 약 1조 3000억원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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